비 갠 강가의 고요를 품은 충주 중원창동마애불
비 온 뒤의 공기가 유난히 맑던 날, 충주 중앙탑면의 중원창동마애불을 찾았습니다. 남한강 물안개가 천천히 걷히고, 강둑 너머 절벽 위로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돌의 표면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색이 옅어 있었고, 햇살을 받은 부분만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주변은 고요했고, 들리는 소리는 강물의 잔잔한 흐름뿐이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순간, 단순히 조각된 불상이 아니라 바위 그 자체가 불심을 품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의 거친 결 사이로 새겨진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그 안에서 오랜 세월을 견딘 깊은 평온이 전해졌습니다. 자연과 신앙이 그대로 하나가 된 풍경이었습니다.
1. 강가 절벽으로 향하는 접근로
중원창동마애불은 충주 중앙탑면 창동리 마을 외곽, 남한강을 따라 난 도로 끝자락의 절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에서 차로 약 5분 거리로, 내비게이션에 ‘창동마애불’을 입력하면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 바로 안내됩니다. 주차는 강가 공터에 가능하며, 그곳에서 약 3분 정도 걸으면 바위 절벽 아래에 도착합니다. 길은 짧지만 강바람이 세차고, 발 아래로 잔돌이 흩어져 있어 천천히 걷는 것이 좋습니다. 안내 표지판이 길목에 세워져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입구에는 작은 안내비와 향로가 놓여 있었습니다. 강물과 절벽이 가까워 주변 풍경이 웅장하게 느껴졌습니다. 걸음마다 돌이 젖어 있었지만, 그 고요한 분위기가 오히려 신비로웠습니다.
2. 바위에 새겨진 불상의 형상
마애불은 자연 암벽면에 직접 새겨진 불상으로, 높이 약 3.8미터의 규모를 갖습니다. 불상의 얼굴은 둥글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눈매는 살짝 아래로 내려가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깨는 넓고 단단하며, 법의의 주름은 얕게 새겨져 있어 전체적으로 간결한 인상을 줍니다. 손 모양은 오른손을 가슴 앞에 들어 설법인을 취하고, 왼손은 다소곳이 아래로 내린 형태입니다. 불상의 윤곽은 세월로 인해 일부 마모되었지만, 얼굴의 중심선과 눈두덩의 곡선은 여전히 또렷했습니다. 돌의 결을 따라 새겨진 선들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내, 인간의 손길보다 자연의 형세가 먼저 느껴졌습니다. 장식보다 내면의 고요함을 강조한 조각이었습니다.
3. 창동마애불의 역사적 가치
중원창동마애불은 통일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당시 불교 조각이 단정함과 단순미를 추구하던 시기의 대표적 예로 평가됩니다. 학계에서는 이 불상이 8세기 말에서 9세기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며, 주변의 암반 지형과 남한강의 위치로 미루어보아 강을 건너는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신앙의 공간으로 보기도 합니다. 안내판에는 “바위에 새겨진 불심”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문장이 이곳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조각의 완성도보다, 그 안에 담긴 세월의 축적과 신앙의 지속성이 이 마애불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4. 절벽 아래의 고요한 경관
마애불이 새겨진 절벽은 강을 향해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고, 그 아래로는 작은 돌계단과 평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계단 주변에는 낙엽이 깔려 있었고, 돌담 옆에는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편 산등성이가 바람에 흔들리며 잔잔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머리 위에서 흩날리는 낙엽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명상의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불상 앞에는 향로가 놓여 있었지만, 향은 이미 다 타서 희미한 향기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인공적인 시설이 거의 없고, 자연의 질서 속에서 공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위의 거칠음과 강의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5. 주변의 함께 둘러볼 명소
중원창동마애불을 관람한 뒤에는 인근의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과 ‘중앙탑사적공원’을 함께 둘러보면 좋습니다. 두 곳 모두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탐방 코스입니다. 석탑 주변의 잔디밭은 넓게 펼쳐져 있어 잠시 앉아 쉬기에도 좋았습니다. 또한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남한강변 산책로’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특히 해질 무렵에는 석양이 불상의 윤곽을 붉게 비추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점심은 중앙탑면의 ‘탑마을식당’에서 어죽이나 올갱이국을 추천합니다. 마애불의 고요함과 강가의 일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충주의 하루 코스로 이상적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팁
중원창동마애불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차는 강가 공터를 이용하면 되고, 도보로 이동할 때는 바닥이 미끄러우니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강가 습도가 높아 벌레가 많으므로 밝은 옷차림이 좋고, 겨울에는 절벽에서 내려오는 냉기가 강하니 따뜻한 겉옷이 필요합니다. 비가 올 경우 암벽이 젖어 관람이 어려울 수 있어, 맑은 날 오전 시간대가 가장 적합합니다. 촬영은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불상 가까이 접근하거나 암벽을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불상의 윤곽은 오후 늦은 햇살에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니, 일몰 전 방문을 추천합니다. 주변 자연의 소리를 함께 느끼며 천천히 머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마무리
중원창동마애불은 인간의 손과 자연의 형세가 함께 만들어낸 신비로운 조형물이었습니다. 화려함 대신 단정한 선, 세세한 조각 대신 시간의 흔적이 남은 얼굴이 인상 깊었습니다. 강물과 절벽,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자연이 불심을 품은 듯했습니다. 조용히 서서 바람과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불상이 전하는 평온이 천천히 마음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바위의 얼굴은 여전히 굳건했고, 그 속에는 변하지 않는 믿음의 형태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해가 기울 때 다시 찾아, 붉은 빛 속에 드러나는 마애불의 실루엣을 보고 싶습니다. 자연과 신앙이 한 몸이 된, 충주의 가장 고요한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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